갈등은 관계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다시 조정하는 과정입니다.
심리학이 말하는 건강한 갈등의 원리와 감정 조절의 기술을 알아보겠습니다.
1. 갈등은 감정이 아니라 ‘욕구의 충돌’이다
심리학자 토머스(Thomas)와 킬만(Kilmann)은
갈등을 욕구와 목표가 충돌할 때 생기는 심리적 긴장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즉 갈등은 성격 차이보다 욕구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 한 사람은 '가까워지고 싶다'라는 친밀 욕구가
- 다른 사람은 '혼자 있고 싶다'라는 독립 욕구가 있다면
이 두 욕구가 부딪힐 때 감정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신호’ 일뿐입니다.
감정이 표면이라면 욕구는 근원인 샘입니다.
갈등을 해결하려면 감정을 다루기 전에 욕구를 찾아야 합니다.

2. 왜 우리는 갈등을 두려워할까?
대부분의 사람은 ‘갈등’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감정을 느낍니다.
싸움, 불편함, 관계의 위기 같은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심리학은 이렇게 말합니다.
'갈등은 관계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갈등은 감정이 식은 관계에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즉 서로에게 아직 기대가 있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다는 신호입니다.
3. 감정 폭발의 이면 : 억눌린 ‘표현 욕구’
갈등이 격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감정을 눌러온 시간이 길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참았던 서운함이
‘괜찮아, 이해하지 뭐’로 포장되다가
결국엔 "너는 왜 항상 그렇게 해?”로 폭발합니다.
이건 화가 아니라
“나도 좀 이해받고 싶었어”라는 표현 욕구의 뒤늦은 외침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 누적 효과라고 부릅니다.
감정을 억누를수록 작은 자극에도 폭발하기 쉬워집니다.
4. 건강한 갈등을 위한 3가지 조건
1) 감정은 표현하되 비난은 배제하여야 합니다
“너 때문에 기분 나빠” 대신
“그 상황에서 내가 상처받았어.”등
감정의 ‘주어’를 나로 바꾸면, 상대는 방어하지 않습니다.
이건 비폭력대화의 핵심 원칙입니다.
2) '맞다 와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를 인식하여야 합니다.
갈등이 깊어지는 이유는 대부분 '누가 옳은가'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계에서 중요한 건 사실(fact)이 아니라 느낌(feeling)입니다.
“우리는 같은 상황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이 한 문장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갈등은 성장의 대화로 바뀝니다.
3) 갈등 후엔 반드시 ‘정서 회복의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갈등이 해결된 후 그 상황을 덮지 말고
“그때 네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도 서운했지만 이해하려고 했어.”라고 말합니다.
이런 대화는 관계를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드는 회복 루틴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과정을 정서적 수리라고 부릅니다.
즉 다투지 않는 관계보다 잘 회복하는 관계가 훨씬 건강하다는 말입니다.
맺음말
갈등은 관계를 깨뜨리는 게 아니라
‘다시 이해할 수 있는 문’입니다.
관계가 멀어지는 이유는
갈등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화를 멈췄기 때문입니다.
갈등을 회피하면 평화는 오지만 진심은 멀어집니다.
진짜 관계의 기술은 완벽한 화합이 아니라
불완전한 이해관계 속에서도 함께 머무는 용기입니다.
갈등을 피하지 말고 다시 연결하는 기회로 삼아 더욱 단단하고 건강한 관계로 발전하시길 바랍니다.